어떤 여행이든 어디서 묵느냐가 그곳에 대한 이미지를 상당 부분 좌지우지한다. 나름 여행을 준비할 때 숙박을 신경쓰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황금연휴 숙박 예약의 곤란


2017년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5박 6일은 황금연휴로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만원이었다. 호텔과 여관, 펜션은 여행사 중심으로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고, 차선으로 민박을 알아보았지만 우선 2박 이상이 아니면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그나마 방이 없다고 난리였다. 나중에는 재워만 준다고 하면 어디든 묵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도보여행을 하려 했기 때문에 차를 빌리지 않아, 시내에 묵어야 한다는 것도 제약조건이었다. 울릉도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집을 짓고 살만한 평지가 적다. 군민 다수가 관광업을 하고 있지만, 숙소의 양질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숙박은


4/30~5/02 까치펜션 : 도동 위치

5/02~5/04 천부펜션 : 천부 위치

5/04~5/06 솔향기펜션 : 태하 위치


로 예약하였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까치펜션 주인이 예약을 이중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급하게 다른 빈 민박집을 연결해주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숙박업소가 바뀐 것이 더 나았다. 까치펜션은 찻길 바로 옆 상가 2층인데, 방 2개에 화장실이 하나라 옆방 손님과 함께 묵는 일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4/30에 현정이네민박에서, 5/01은 부산민박에서 묵게 되었다.


현정이네민박 : 4/30


현정이네민박의 가장 큰 장점은 집 앞에 작은 정원이 있고 그 앞이 탁 트여있다는 것이다. 다른 민박이라면 가건물을 들여놓고 방을 하나 늘렸을텐데, 이 민박집에는 야생꽃을 가꾼 정원에 흔들의자가 놓여 있었다. 이 의자에 앉아 도동항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제법 좋다. 흔들의자 옆에는 데크가 있어 구울거리를 사오면 바베큐를 할 수 있다. 바로 전에 까치펜션에서 나온지라 번잡한 찻길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 방문하면 대로에서 벗어나있어 첫눈에 찾아보기 어렵고 부지가 높은게 흠일 수도 있지만, 소란스러운 숙소를 선호하지 않는 내게는 안성맞춤이었다. 벽을 한 가득 채우고 있는 병따개가 민박 주인 분의 여행 내공을 말해주고 있었고, 화장실 안의 샴푸나 린스 등을 여러 종 구비해놓고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한다든가 그 통마다 이름을 적어두었다든가 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쓴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주인 스스로가 여행을 다니면서 좋았던 지점들을 민박에 적용한 듯하다. 여느 민박이 그렇듯 집 한 채에 거실, 주방 1, 화장실 1, 방 2개인 구조인데, 대여섯 정도의 팀이 함께 와서 묵고 저녁에는 BBQ를 즐기기 적합한 민박이다. 주인 내외는 옆 별채에 묵으신다. 대신 방값은 다른 비슷한 수준의 민박에 비해 1만 원 가량 비싸다. 그럼에도 다시 울릉도를 방문한다면 이 민박에 묵을 의향이 있다.


부산민박 : 5/01


다세대주택의 2층집을 민박으로 3층집을 주인이 거주하는 형태의 민박이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어 스스로 찾아가기는 매우 어렵다. 2층 독채라고 하지만 방보다 작은 거실 1, 주방 1, 화장실 1, 방 1개인 구조라 두 팀 이상이 묵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방에서 할머니 냄새 나는 평범한 민박집이었다. 이 집의 장점은 주인의 음식솜씨다. 울릉도에서는 숙박 외 아침 또는 저녁을 민박에서 차려주고 인수대로 비용을 받는 관례가 있는데, 이집은 그 중 반찬이 가장 풍성했고 맛도 좋았다. 울릉도 식당의 밥값이 워낙 비싸고 가성비 좋은 식당 찾기가 쉽지 않아, 민박 주인 분의 솜씨가 좋다면 민박에 묵으며 식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천부펜션 : 5/02~5/04


이 펜션을 예약한 까닭은 한 블로거의 극찬 때문이었다. 울릉도 민박을 이용한 후기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천부에서 민박을 추천한 블로그는 이것 하나를 찾았다. 민박이야 비슷비슷하겠거니 생각하고 예약했는데, 기대를 해서였는지 가장 크게 실망한 민박이었다. 


이 민박은 거실 1, 주방 1, 화장실 1, 방 2개로 구성된 2층(본건물 2층 옆 가건물에 방 1개와 화장실 1개가 딸려있다.)과 방만 3개 있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찻길에서 바로 보이는 민박이라 찾기 수월했다. 도착하자마자 이곳도 예약을 이중으로 받았다고 했다. 예약할 때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여러 차례 괜찮다고 하셔서 왔는데 당황스러웠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주고받은 문자를 보여드렸더니 그제서야 묵어도 되지만 돈을 더 내라고 하셨다. 상당히 불쾌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예약금을 받지 않은 이유는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할 줄 모르시는지라 예약이 취소되면 받은 선급금을 돌려주기 번거로워서였다.


3층 바다가 보이는 방을 배정 받았다. 일단 3층은 가건물이라 5월이었는데도 웃풍이 심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 온수를 켜면 보일러 연통에서 나오는 연기가 바로 내가 묵는 방 창문으로 들어온다는 점이었다. 누가 연통을 설치했는지는 몰라도, 3층에 가족이 거주한다 생각하면 웃어넘길 수 없는 착오다. 그 방은 주로 창고로 이용했는지 이불을 포함한 이런저런 짐이 쌓여 있었는데, 무엇보다 냉방기가 없었다. 주인 분이 올봄에 돈을 벌어 여름 손님 받으려 에어컨을 설치해야겠다 하셨는데, 아마 설치하셨을 것이다. 찻길에 맞닿은 방이라 공사차량이 지나가는 소리로 여러 차례 잠에서 깼다.


주인은 한 명인데, 2층 본채에 단체 1팀, 2층 가건물에 1팀, 3층 3팀을 받은지라 난리가 아니었다. 화장실이 하나니 샤워를 하려면 줄을 서 기다려야 했고 (별채에 화장실이 있다는 건 다음날 알게 되었다. 알려주시지는 않았다.) 화장실 앞 세탁기 코드가 화장실 안에 있어, 세탁기를 사용하려면 화장실 문을 닫을 수 없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천부에 식사할만한 곳이 없어 아침식사를 부탁 드렸는데, 한 팀 먹고 다음 팀 먹고 하는 식이라 주인 분의 힘들다는 넋두리를 들으며 식사를 기다려야 했다. 식사의 양질도 좋다고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민박을 하신지 몇 년 안 되었다고 하셨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처하는 능력이 미숙한 편이셨다.


아마 저 블로그를 쓰신 분은 비수기에 가셔서 환대를 받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마다 시기마다 취향마다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내 경험으로 이 민박은 다시 가고 싶지 않다.


솔향기펜션 : 5/04~5/06


무난한 숙소였다. 1층은 주인 거주용으로 2, 3층은 숙박업 전용으로 신축한 건물이다. 복도에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세탁기가 있고, 방 1개에 방마다 화장실 1개가 딸려 있다. 그전까지 묵었던 민박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빨래건조용 빨랫줄이 최첨단 시설처럼 느껴졌다. 말 그대로 숙박업소인지라 별다른 장점도 약점도 없는 무난한 숙소였다. 숙소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버스가 오고갈 때마다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태하가 한적한 마을인 편이라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이름이 왜 솔향기일까 궁금했는데 창문을 잠깐 열어두었더니 송진이 금방 날아와 쌓인 것을 보고 소나무가 많은 동네라는 걸 알았다. 바다가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3분이면 바다가 보이는 풍광에 닿을 수 있다. 부엌이 없는 숙소가 울릉도 와서 처음이라 어떻게 식사를 해야 할지 잠시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적당히 친절하고 불편하지 않게 묵을 수 있는 곳이다.


울릉도 민박은, 4인 이상이 아침은 부탁하고 저녁은 해먹기에 좋다.


울릉도에서 호텔이나 모텔에 묵어보지는 않아 평할 수 없고 펜션이라 이름 붙인 곳 역시 상식적으로 민박으로 통용할 수 있는 곳이기에, 내게 누군가가 울릉도에서 숙소를 찾고 있는데 민박은 어떠냐고 묻는다면 아침은 주인에게 부탁해 먹고 저녁은 먹을거리를 사와 해먹을 4인 이상의 팀에게 적합한 숙소라고 추천하고 싶다. 대부분의 민박이 방 2개, 화장실 1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낯 모르는 이들과 한 민박에 묵기가 불편하다. 많은 민박 주인이 숙박 못지않게 민박객 대상 식사를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식사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주인의 친절도가 달라진다. 그렇다고 매 끼니 민박 주인에게 식사를 부탁할 수는 없으니 아침은 부탁해 챙겨먹고 점심은 외식하고 저녁은 민박에 들어오는 길에 장을 봐서 부엌을 빌려 해먹는 방식을 추천한다. 매 끼니를 매식하기에 울릉도 식비가 만만치 않다.


물론 이건 단 한 번 울릉도를 관광한 개인 소견이니, 참고하여 울릉도 여행계획을 짜시기 바란다. 덧붙여, 가격을 적지 않은 것은 인수와 구성 무엇보다 방문시기에 따라 민박 가격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으로 통상 1방에 1박 5만 원 정도면 무난하다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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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줄은 걸어서 파란 줄은 차로 이동한 길


태하에서 사동까지 골짜기를 따라 걷고, 사동에서 태하까지는 버스를 타고 오기로 했다. 학포~현포길 중 향목령을 넘는 길이 아름다워 학포옛길도 걷고 싶었는데 학포에서 다시 걷기에 동선이 애매하고, 태하에서 사동까지 터널이 9개나 되기 때문에 해안로를 따라 걷기도 불가능했다. 태하령과 통구미를 넘으려면 높지는 않지만 급경사인 봉을 오르고 내리기를 두 번 해야 한다는 뜻인데 매번 골에 들어서기도 쉽지 않고 숲에 들어서기까지 걷는 길의 상당수가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되어 있어 이미 무릎에 상당히 무리가 간 상태였다.


▲ 한 때는 차도였으나 이제는 숲길 찾아나선 외부인만 찾는 등산로에 접근하는 길이 되었다.


우려했던대로 태하에서 태하령으로 들어서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별다른 표지판이 없어 낯모르는 공장 뒤를 헤매기도 하다 산 중턱의 가정집들을 지나 길을 올랐다. 소형차 한 대가 지나기도 어려울 듯한 좁고 꼬불꼬불한 길이었는데 태하터널이 뚫리기 전까지는 태하에서 학포로 가는 버스를 포함한 차량들이 이 길을 이용했다는 태하-남양 생태길에 안내된 문구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놀라웠다. 태하에서 사동으로 가는 길은 그전에 울릉도를 걸을 때는 보이지 않던 험난한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살아야 했던 울릉도민들의 고단함이 많이 느껴졌다. 전날 대풍감 향나무자생지가 그랬듯 솔송 섬잣 너도밤나무 군락지도 들르지 않고 울릉도를 떠나기엔 아쉬울 만큼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숲길이었다. 아쉬운 건 이 태하령옛길을 걷기 위해 태하에서 령까지 올라오는 길과 령에서 나발동을 걸어야 하는 찻길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울릉도를 걸으며 여러 번 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도민의 편의가 우선이지 여행객의 안타까움이 우선일 수는 없을 것이다.


남서일몰전망대에 가서 남근바위를 구경하고 남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원래는 사동까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려 했는데, 터널이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안전거리가 전혀 확보되지 않아 터널 앞에서 당황하다 지나가는 차량의 도움으로 차를 얻어타고 울릉자생식물원까지 갈 수 있었다. 울릉자생식물원은 농업기술센터 관할의 식물원인데 울릉군의 특색에 맞게 조촐하게 꾸려 놓았다. 방문하면 행정에서 최소화해 운영하면서도 관광객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꾸며놓았다는 걸 금세 느낄 수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아랫통구미를 걷는 길이 가파르고 힘들었다. 북면은 워낙 봉우리가 높고 경사가 가파라 우선인 듯한데, 서면은 상대적으로 공장과 산나물을 재배하는 밭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길 또한 일주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일반 차량이 이동하는 길이었다고 한다. 울릉도에 오기 전까지는 검색이 잘 되지 않던 La perouse 같은 리조트의 존재도 통구미를 걸으며 알게 되었다. 울릉둘레길 3구간인 남양-옥천 생태길은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 진작에 포기하고 사동-남양 옛길 코스를 걸으려 했는데, 일정을 바꿔 윗통구미는 걷지 않고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정류장 근처의 거북바위 인근에서 울릉도에 와 처음으로 바닷물에 손을 담가보았다. 북면에서 자연풍광에 감탄했다면 서면에서는 도시가 아닌 울릉도 지역에서 사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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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에서 현포까지는 바다를 끼고 걷는 평지길이 주를 이루었고, 현포에서 태하까지는 향목령을 넘는 등산로에 가까웠다. 전체 걷기로 계획한 길 중 평지의 비중이 높아 천천히 즐기며 걷고 울릉천국과 예림원을 들러 구경하는 일정을 잡았다.


▲ 이장희 씨와 친분 있는 이들의 서명이 바위에 새겨진 것으로 유명하다.


▲ 울릉천국 전경


가수 이장희 씨가 거주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울릉천국은 오전에 방문해서 그런지 방문객이 보이지는 않았다. 개인정원을 제법 신경써 갖추었기는 하지만, 스탬프북에 사유지를 방문해보라 소개할 만한 장소인지는 의문이 들었다. 공연장이 있기는 하지만 공연을 자주 개최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홍보가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인지 지역의 문화시설로서 역할을 한다고 보이지는 않았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로 주인인 이장희 씨는 여름에 머무는 별장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 예림원에 오니 그제서야 관광객을 제법 만날 수 있었다.


예림원도 개인이 꾸리 문자조각공원으로는 양질이 나쁘지는 않았으나, 이런 점에서 입장료를 내고라도 꼭 방문해보면 좋겠다고 추천할 만한 무언가가 눈에 띄지는 않았다. 특정 장소를 들르며 구경하는 여행객들이라면 주요 장소로 들를 수도 있겠다.


천부에서 현포까지는 차도를 따라 걸었기에 길을 잃을 걱정이 없었으나, 현포에서 태하로 가는 숲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관광안내소에서 단체관광객을 위한 엿공장 뒤로 길이 나 있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엿공장에서 차도를 따라 조금 가다보면 숲으로 들어서는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표지판이 낮은 고도에서 높은 고도로 올라가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높은 고도에서 낮은 고도로 내려오는 사람에게만 보이게 설치되어 있어 찾기가 어려웠다. 표지판 따라 숲에 들어서려면 개인주택과 밭을 지나야 해서 최대한 사유지를 침범하지 않게 소극적으로 표지판을 설치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향목령을 넘는 길은 울릉해담길 중 한 곳인데, 방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보이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숲길이었다. 현포에서 향목령 정상까지 길은 가파르지만 짧고 향목령 정상에서 대풍감까지는 높은 고도를 완만하게 걷는 길이어서 주변을 둘러보며 걷기 좋았다. 태하등대는 울릉도 등대로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녔는지 관광객으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 향나무 자생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광은 한국 10대 비경지역으로 꼽힐 만 하다.


등산로를 따라 내려올 수도 있었지만 걷는 도중 요깃거리할 만한 곳이 없어 허기가 진 상태여서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왔다. 관리소가 해변가에만 있어 나처럼 편도를 이용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각각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태하는 저동과 도동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천부와 비교했을 때 좀 더 안정되어있다고 느낀 동네였다. 천부가 기초공사를 하는 공사장 같다면 태하는 기초공사를 마치고 개발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역 같다고나 할까. 나름 젊은 취향의 게스트하우스도 위치하고 있고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식당도 갖추고 있다. 울릉도에서 저동과 도동이 아니고서 개인차량으로 이동하지 않는 여행객이 선택할만한 숙박지역이 마땅치 않은데, 태하는 번잡하지 않게 묵을 만한 대안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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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의 여행이 3일이 지나자 체력이 부침을 느꼈다. 그래서 천부에서 나리분지까지 본천부를 지나는 울릉지질트래킹 4코스를 걷는 대신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또한 성인봉까지 등산하려던 일정을 신령수까지 가고 대신 나리분지 내 알봉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 파란 줄은 버스로 빨간 줄은 걸어서 이동


나리분지는 울릉도의 오랜 거주 형태를 보여주는 너와집과 투막집으로 유명하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느 주관식 시험문제의 답안이 '우데기'였던 것이 기억난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나리분지는 사실 생활터전의 모습이라기보다 여느 관광지구와 마찬가지로 중요민속자료로서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설명판이 세워진 뒷배경 같은 오래된 집이 듬성듬성 자리를 지키고 서 있고, 제법 큰 규모의 식당 서너 군데가 성업하는 곳이었다. 



너와집과 투막집을 둘러보고 알봉분화구 탐방로를 올라갔다 내려왔다. 안내도를 보니 탐방로를 가꾼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울릉도를 방문하기 전 이런 곳이 있는지 홍보자료를 찾아보기 어렵기도 했다. '알봉은 나리분지의 북서쪽에 위치한 해발 538m인 작은 이중화산이며, 정상에는 분화구의 흔적도 남아있다. 20세기 초, 전라도 사람들이 울릉도에 와서 배를 만들 나무를 구하러 산을 올랐다가 마치 알처럼 생긴 봉우리를 발견하여 이때부터 알봉이라고 불렀다.' 울릉도에는 낡은 배를 타고 와 나무를 베어 타고 온 배는 버리고 새 배를 만들어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전해진다.


근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지질공원 상시 해설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울릉도 내 5개 장소에서 지질공원해설사와 동행하면 코스에 따라 1~3시간 가량 무료(입장료는 개인부담)로 해설을 해준다. 버스정류장에서 신령수까지 2시간 가량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그 동안 울릉도를 여행하며 궁금했던 점들을 상당수 해소할 수 있었다국가지질공원은 자연공원법 제36조의3에 근거, 우수한 지질유산자원을 보존하고 교육·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국민의 휴양 및 정서함양에 기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환경부장관이 인증한 공원이다. 현재 인증된 국가지질공원은 총 7곳인데,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은 19개의 울릉도의 지질명소와 4개의 독도 지질명소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울릉도의 지질자원이 제주도 못지 않은데 왜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2010년 6월)받고 울릉도는 그러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일본과의 외교적 사안이 예민해 신청하기 쉽지 않았다는 답변을 주셨다. 



신령수까지 걷고 투막집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바로 가는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지 방면이 아닌 갈래길로 들어서 알봉둘레길을 걸었다. 울릉읍에서 성인봉에 갈 때에는 볼 수 없는 명이와 같은 나물이 자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북쪽이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산나물이 자라기에는 더 적합할 것이다. 어느 방면으로 산을 걷느냐에 따라 또 다른 생태계가 펼쳐지는 것이 경이로웠다. 알봉은 나리분지 내 있는 산지이며, 나리분지의 외륜산(외륜산의 칼데라가 나리분지이며, 이 외륜산의 최고봉이 성인봉이다)과는 구분되어 독립된 산지를 이루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걷는 중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나만 걷기엔 너무나 아까운 아름다운 길이었다. 조성된지 얼마되지 않아 그런듯한데, 많은 이들이 찾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유있게 걸어 간만에 휴식을 취했지만, 동편에서 본 울릉도와 다른 북편의 성인봉 원시림을 보지 못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더 둘러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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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아직 일주도로가 없다. 내수전과 관음도를 잇는 해안도로는 공사 중이다. 울릉도를 여행하면서 울릉도민들에게 일주도로는 숙원사업이겠구나 군수에게는 주요 공약이자 주력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민선6기 공약사업 7가지 중 첫번째가 울릉도·독도 전략사업이고, 이 중 울릉일주도로 건설과 개량사업이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3일차는 도동항에서 천부까지 걷는 일정이다. 관광안내소에서는 도동에서 저동까지 가려면 촛대암코스가 낙석으로 출입금지된 상태니 행남옛길로 가는 것이 좋고, 저동에서 내수전일출전망대까지는 가파른 차도라 굳이 걷기보다 택시를 이용할 것을 추천했다. 친절하고 분명하게 설명해주셔서 관광안내소의 추천에 따르기로 했다.


▲ 빨간 줄은 걸어서, 파란 줄은 택시로 이동하였다. 택시비가 만만치 않아 저동에서 (기사 모르게) 

합승하는 것이 좋다. 한 번 이동하더라도 기사가 각 팀에게 모두 택시비를 청구한다.


대부분 도동 해안산책로(행남해안산책로)와 저동 해안산책로(촛대암해안산책로)가 잘 알려져 있어 이 길을 택하는데, 갈 수 없는 상태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행남옛길은 이름 그대로 저동과 도동을 오가는 차도가 생기기 전 주민들이 이용했던 길이라고 한다.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길이라고 하기엔 산세가 제법 험했다. 옛길의 소명을 마친 뒤에는 건겅걷기 코스로도 이용했던 표지판이 눈에 띄는데 여길 과연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울릉군민 중 21.5%가 고령인구(국가통계포털 지역통계 e-지방지표 2016)인데, 8천 명의 비고령인구 중 건강을 위해 이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어떤 길은 너무 가팔라 기어야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길을 걷는 내내 만난 사람은 두 명 뿐이었다. 걷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에 비해 수풀이 우거진 곳은 길을 내기도 하는 등 신경 쓴 흔적은 보였다.


▲ 이 길 이름이 "건강걷기코스"인 적도 있었던 모양이다. 건강을 위해 걷기엔...


▲ 경사가 매우 심했다.


▲ 걸은 흔적이 적은 것에 비해 울창하게 뻗은 대나무를 가지쳐 초행자가 길을 잃지 않게 해두었다.


2시간 가량 행남옛길을 걸어 저동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추천받은 대로 내수전일출전망대까지 택시로 이동했다. 편도로 이용했는데도 택시비가 비싸 여유가 있음 동행을 모아 탔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명색이 일출전망대인데 차도에 가로등도 없고 좁고 경사가 가팔라 일출 전 전망대로 어떻게 오지 싶었다. 내수전일출전망대에서 보는 전경은 아찔할 만큼 절경이었다. 전망대에 서서 한 바퀴를 빙그르 돌면 영롱한 바다와 우거진 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울릉도 트레킹의 정수는 내수전 정상-석포 생태길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했다. 생태길은 주로 과거부터 울릉도 주민들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걷던 옛길을 재정비하여 조성하였는데, 이 길 만큼은 유일하게 주민들이 거주하지 않은 유일한 길이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정매화골처럼 쉼터도 마련되어 있어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다. 걷다보면 너무 짧다고 느껴질 정도다. 러일전쟁유적지인 석포일출일몰전망대까지 가볼 것을 권했지만 안용복 기념관에서 선창선착장으로 가는 길로 내려갔다. 선창선착장까지 걸어갔는데 구불구불한 차도가 어지러워 걸어올라오긴 어렵겠다 안용복 기념관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와도 좋았겠단 생각을 했다. 선창선착장에 다다르면 가까이 관음도가 어서 오라 유혹한다. 


 관음도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천부까지. 산세가 아찔하다.


관음도를 들렀다 해안도로를 따라 천부까지 걸었다. 얼마간 계속 산을 타다 바다를 옆에 두고 평평한 차도를 걸으니 그 또한 신이 났다. 여기저기 낙석이 떨어져 도로가 부서진 흔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바다에는 우뚝 삼선암과 딴바위 같이 서 있는 바위들이 잊을 만하면 등장해 바다의 아름다움에 방점을 찍어주었다. 차도 옆 절벽에서 아슬아슬하게 암벽을 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낙석만 주의한다면 암벽을 타기의 천혜의 장소이겠구나 싶었다. 죽암과 천부에는 울릉읍과 다르게 부서진 도로를 보수하거나 해안가를 정비하는 공사 현장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발달이 덜 된 편이라 한창 개발 중인 듯했다.


천부에 짐을 풀고 내일의 일정을 준비했다.

Posted by 앓음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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