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열흘 이상 머무는 일은 흔치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매년 실시하는 '하계휴가 실태조사'를 보면 2017년 평균 4.4일. 주말 등을 포함한다 해도 6~9일이 최대라, 급여생활자인 성인을 기준으로 보면 열흘 이상 해외에 머무르는 일은 쉽지 않아 흔치 않다.
2018년 1월 9일부터 22일까지 13박 14일 간 베트남 남부 Cần Thơ(이하 껀떠)라는 도시에 머물렀다. 배우자가 껀떠 인근 지역에 6개월 가량 장기근무를 하고 있었고 나도 2주 가량 한국을 비워도 무방한 상황이어서 갑작스레 정해진 일정이었다. 배우자의 껀떠 체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지라 나 역시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3~4일 가량 즐기는 휴가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몇 년 만에 방문한 껀떠는 꽤나 변해 있었다. 버스터미널은 공원으로 바뀌고, 물놀이동산은 문을 닫았다. 하나였던 빈컴 플라자는 호텔은 물론 아예 지구를 매입해 기존 빈컴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또 하나 건설됐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의 일면을 껀떠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껀떠는 한국에서 껀떠, 컨터, 껀터, 칸토 등 여러 방식으로 표기되는데, 내가 듣기에 발음 상으로 가장 비슷한 표기는 '껀떠'다. 하지만 베트남어 성조를 발음하기가 쉽지 않아 '껀떠'라고 한국인이 특별한 사전지식 없이 발음하면 현지인이 알아듣지 못한다.)
메콩 삼각주의 중심, 껀떠
껀떠는 한국에서 소개되는 여행책자에 비중 있게 안내되는 지역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름이 빠지지는 않을 만큼 규모 있는 도시다. 흔히 메콩 삼각주 중 한 곳으로 My Tho, Vinh Long, Ben Tre, Ca Mau, Chau Doc, Bac Lieu 등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사실 껀떠는 까이랑 수상 시장 Cau Rang Floating Market 말고는 관광객을 사로잡을 만한 특징이 있는 도시는 아니다.
그럼에도 껀떠가 끊임없이 거론되는 이유는 메콩 삼각주 지역에서 실제 지리 상으로는 물론 정치,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이자 인구 100만이 넘는 가장 큰 도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껀떠라는 이름은 금시강 琴詩江 즉 '거문고와 시의 강'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을 정도로, 강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베트남의 주요 곡창지대로 3모작이 가능하지만 쌀 생산량이 많아 오히려 2모작을 권한다는 이야기가 들릴 만큼 풍요로운 지역이다. 캄보디아와 근접해있는 것으로 예측가능하듯 한때 크메르의 영토여서 여전히 크메르 족의 거주비율이 높으며, 중국인 화교도 제법 살고 있다. 실제 껀떠 박물관에 방문하면 크메르 족과 중국인 커뮤니티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껀떠를 한국의 주요 도시로 비교하자면 가장 비슷한 도시를 생각해보니 하나를 꼽기 어렵지만, 강과 바다로 통하는 수상교통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인천을, 풍요로운 곡창지대의 중심지라는 점에서는 광주와 비교될 만하지 않나 싶다. 행정적으로 중앙 직할시이고 공항이 위치할 만큼의 위상이 있는 도시라 생각하면 될 듯하다.
껀떠를 먹다
껀떠에 관광이 아니라 근무 중인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이라 규칙적이고 단조로울 수도 있는 일상을 보냈다. 출근을 배웅하고 일과 중에는 숙소로 정한 Mường Thanh Luxury Cần Thơ에 머물며 인근을 둘러보고, 배우자의 퇴근 후 외식을 함께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이 지역에서 내가 한 가장 큰 경험은 하루에 한 끼 이 지역에서 내 입맛에 맞을만한 식당을 매번 새롭게 방문한 것이다. 웬만하면 영어로 작성된 식단표가 있는 껀떠의 식당에서 현지 식당에서 최근 가장 유행하는 프랜차이즈, 한국에서도 쉽게 지불하기 어려운 고가의 요리를 내놓는 최고급 식당까지 다양하게 가보고 먹어 보았다.
껀떠의 식문화 경험을 정리해보고자 쓴다.
[참고] 방문 전 찾아본 읽어볼만한 책
베트남 문화의 오디세이 / 김영순, 응웬 반 히에우 외 지음 / 북코리아 / 2013
베트남이라는 국가를 종합적이고 전반적으로 살펴보고자 선택한 책이다. 하노이 국립대학교 교수들과 한국의 집필진이 공동으로 집필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머리말에 대학 교양수업 교재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적혀 있는데, 목적한 바는 달성한 듯하다. 다만 자국 정보를 소개하는 교수진의 입장에서 작성해서인지 정보 전달 방식이 밋밋하고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엿보인다. 국내에 베트남에 관한 서적 중 다수는 여행 분야이거나 베트남 전쟁을 주로 다룬 역사 분야인데, 몇 안 되는 교양서라 일독하니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베트남의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변경이 필요한 정보도 꽤 있다. 이런 각 국가를 안내하는 대중교양서가 더 많이 발간되면 좋겠다.
론리플래닛 베스트 베트남 / 안그라픽스 / 2017
최신 여행 정보를 보려 읽었다. 국내 저자가 쓴 여행책자와는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어 여행책자를 읽을 때 국내 서적과 함께 론리플래닛을 읽는 편이다. 다른 관점은 다른 정보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같은 장소여도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독하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