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재동 정든 찌개

2009. 8. 20. 23:52
근 1년만에 영희, 은주와 셋이 안국역 근처에서 만났다.

늦은 점심을 한 곳은 미재연, 정든 찌개 집.
안국역 2번출구에서 횡단보도 건너 일본 레스토랑과 헌법재판소 사이 골목 들어가면 첫 번째 집이다.


5천원 짜리 메뉴인 청국장, 묵밥, 비빔밥을 각자 하나씩 시켰다.

내가 미재연에 알게 된 건 이곳이 아름다운 재단이 문을 연 희망가게 1호점이기 때문이다.
‘희망가게’는 태평양 창업자 故 서성환 회장의 뜻에 따라 그 유족이 기부한 50억원의 기금으로, 저소득 모자 가정의 자립을 돕는 공동매장이다. 미 재 연 이란 이름은 창업주인 세 명의 어머니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라 하는데 밥 한 공기에 사랑과 희망을 나누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수익은 창업주인 모자가정 세대주 어머니들이 수익을 나누게 되며, 자립을 도모하고 남은 수익은 아름다운세상 기금으로 기부하여 다른 모자가정 세대의 자립을 돕게 된다.
 
 하지만 지금도 초심 그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초창기와 지금은 많이 달라진 모습이 아닌가 한다. 개점이 2004년이었으니 시간이 흐르기는 했다. 분명한 건 외관과 메뉴가 달라졌다는 것. 가운데 멋스럽게 달려있던 '미재연'이란 간판은 구석으로 숨고 '정든 찌개'라는 간판이 부각됐다. 이곳은 일반음식점으로 '새싹비빔밥과 건강한식, 토렴(샤브샤브)를 주로 판매하는 건강식당이자 다양한 꽃차를 맛 볼 수있는 카페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초창기 보도자료에 나와있지만 지금은 부대찌개가 주 메뉴다. 위치 상 근처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평범한 식단이 필요했을 것이고 언제부턴가 메뉴가 바뀌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

 매장에서 대안무역을 통해 제 3세계의 가난한 여성들이 만든 물품을 같이 판매하여 그 수익을 돌려준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전시 및 판매대를 볼 수 없었고 중앙에 위치해있었다는 기부자의 벽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지만 희망의 방향이 명확하다면 형태는 변화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내가 시킨 청국장은 구수하고 따뜻했다. 함께 주문했던 비빔밥과 묵밥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이다. 안국에 가면 다시 찾아 먹어볼만 하다.

Posted by 앓음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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