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월) 근로자의 날
5월 3일 (수) 석가탄신일
5월 5일 (금) 어린이날
5월 9일 (화) 대통령선거
달력에 빨간 숫자가 평소보다 많은 시기. 연차를 내서 평소보다 여유있는 여행을 다녀올까 했다. 그런데 왠걸.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는지 게다가 다들 어찌나 부지런한지 항공권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그마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미세먼지와 황사가 아니라면 5월 초 풍광 좋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 싶어 국내로 눈길을 돌렸다. 가보지 않은 곳, 긴 휴가가 아니면 가보기 어려운 곳 그리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 세 가지 기준으로 궁리해보았더니 답이 금방 나왔다. 울릉도.
강릉항에서 저동항으로 : 선박 예약
출발 한 달 전에 갈 곳을 정하고 예약을 시작했는데 선박과 숙소 모두 원하는 일자와 시간와 장소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좌석이 남아있는 배편부터 예약했다. 가보고 싶은 섬을 이용하게 되어 있는데, 결제가 번거롭고 여객터미널에 연락해보니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예약현황에 실시간 변동사항이 적용되지 않는 듯하여 전화로 예매했다. 서울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를 타기엔 묵호와 포항보다는 강릉으로 가는 차편이 많고 편리해 강릉항에서 출발해 저동항으로 도착하는 씨스타호를 왕복으로 예약했다. (차를 가지고 입도하고 싶거나 대형선을 타고 흔들림이 적게 바다를 건너고 싶은 분들은 선명을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개인적으로 멀미를 하는 노약자나 어린이가 오가기엔 힘든 여정이다 싶다. 강릉항에서는 쾌속선만 운행한다.)
▲ 빨간 줄은 걸은 길, 파란 줄은 버스를 이용한 길이다.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6박 7일 간의 일정을 잡았기에 급할 것이 없었다. 울릉도를 언제 다시 와볼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구석구석 걸어 누벼보자는 생각이었다. 배낭은 조촐하게 챙기고 가능한 전 구간을 걸어볼 계획이었다. 어디를 어떻게 걸을지는 울릉군 문화관광 홈페이지를 주로 참고했다. 관광안내책자를 사전에 신청하고 트래킹과 생태길을 참고해 일정을 짰다. 관광안내소에 도착해 설명을 듣고 조정하기는 했지만 기본 일정을 구성하는데 도움이 됐다.
울릉도 대부분의 지형이 급경사다 : 일정 계획
취향과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울릉도에서 트레킹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울릉도는 제주 올레나 지리산 둘레길과는 다르다'라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는 것을 우선 전하고 싶다. 울릉군은 최대높이 984m 면적 72.86㎢의 종상화산으로 섬이 구성되어 있다. 종상화산은 점성이 강하여 유동성이 작은 용암이 멀리 흘러가지 못해 경사가 급한 화산을 종과 같은 모양이라 하여 종상 화산(鐘狀火山)이라 부른다. 그 말인 즉슨, 울릉도는 전반적으로 경사가 매우 급한 섬이라는 뜻이다. 제주도가 최대 높이 1,950m에 넓이 1845.88㎢, 지리산이 최대 높이 1,915.4m에 넓이 440.4㎢와 비교해보면 울릉도가 급경사임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경사에 따라 달라지는 생태의 변화를 바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걷는 속도나 수준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함께 걷는다면 일정을 여유 있게 잡거나 걷기 좋은 길을 선택해 걷는 것이 좋겠다. 걸어본 길 중에 추천할만한 길은
1) 내수전일출전망대에서 출발해 석포독도전망대까지 걷는 울릉둘레길 1구간의 일부
2) 나리분지에서 원점회귀할 수 있는 알봉둘레길
3) 울릉도독도해양과학기지에서 태하등대까지 향목령을 지나는 길
4) 나발동에서 태하령을 넘는 울릉둘레길 2구간 중 일부
이다. 위에 추천한 네 개의 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고 부드러운 흙을 밟을 수 있는 숲길이다. 하지만 이 길까지 가는 길은 걸어서 가기에 지나친 경사이거나 어디서부터 길이 시작되는지 찾아보기 어렵거나 구불거리는 차로이면서 그늘 한 점 없는 경우가 많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편하게 걷기 좋은 일만 걷고 싶다면 택시를 빌려 출발점까지 차로 이동하고 도착점에서 차가 대기하게 하는 것이 좋다. 알봉둘레길을 제외하고는 이 길에 들어서기 전까지 버스 정류장에서는 1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6인 이상 민박이 가성비 좋아 : 숙소 계획
통상 짐을 메고 걸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매일의 동선을 감안해 숙소를 구했다. 울릉도 내 대부분의 숙소는 울릉읍 내 저동과 도동에 몰려 있다. 방문하는 지역에 따라 마을 분위기가 다르고 굳이 버스를 타고 숙소를 찾아오는 게 번거로워 세 지역에 나누어 숙소를 예약했다. 여행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한 군데 숙소를 정하고 여행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나름 성수기에 울릉도를 방문한 것인데 예약을 하려던 시점이 한 달 전이었기 때문에 모텔이나 여관은 이미 여행사 손님으로 가득차서 예약할 수 없었다. 민박은 이틀 이상 묵지 않는 손님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5월 초는 비싸게 판매되는 명이나물을 채취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숙박이나 식당을 부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산을 오르셨다. 도동과 저동이 아닌 지역에서는 문 연 식당 찾기가 어려웠다.
일주일 간 울릉도를 다니며 내가 추천하고픈 민박 고르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버스 정류장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곳 : 렌트카가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2) 차도와 한 건물 이상 떨어진 곳 : 차도가 좁은데 비해 차량이 늘어나는 실정이라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
3) 부업을 하지 않는 곳 : 민박이 주업이 아니면 주인과 소통하기 어렵다.
4) 주방을 이용할 수 있는 곳 :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한두 끼 식사를 해먹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민박이 2인 기준 1만원 가량이면 식사를 준비해주시기도 한다.
▲ 민박집 중 절반은 전화해본 것 같다. 통화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았고 듣지도 않고 안 된다는 경우도 많았다.
민박에 대한 주관적 정보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에 나는 관광안재책자에 있는 목록을 보고 인터넷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한 뒤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화로 연락을 한 뒤 계좌로 송금해야 예약된다. 어느 주인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예약한 세 군데의 민박 중 두 곳이나 예약을 중복으로 받아 난처한 처지에 놓였었다. 이런 경우 송금내역이 있어야 대책을 세우기 한결 낫다.
울릉도에 방문하는 인수와 구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다시 울릉도에 방문한다면 4~6인 정도가 함께 민박 한 곳의 한 채를 빌려 여행을 할 것 같다. 대부분의 민박이 가정집을 개조했기 때문에 방 두 개에 거실 겸 주방 한 개 화장실 한 개로 구성되어 있다. 민박 입장에서는 당연히 단체손님을 선호하고 손님 입장에서도 안면 없는 여행객들과 공용공간을 함께 쓰기 불편하다. 한 채 예약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더불어 울릉도의 택시 대부분이 7인이 탑승할 수 있는 밴이기 때문에 교통비를 절감하기에도 적합하다.
이 정도의 계획을 세우고 울릉도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