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정원 / 저자 : 토비 헤멘웨이, 출판 : 들녁


1부 1장. 생태정원이란?


[요약]


생태정원이란?


생태정원ecological garden은 

1) '퍼머컬처'와 '생태디자인'이라는 개념에 기초해 

2) 생태학적 원리인 자연이 일하는(한 식물이 다양한 기능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한

정원


퍼머컬처란 무엇인가?


permaculture = 영속적인 문화 permanent culture + 영속적인 농업 permanent agriculture

시초 : 호주의 빌 몰리슨이 제창하고 데이비드 홈그렌이 확장

목표 :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인간 공동체를 디자인

대상 자체보다는 관계를 디자인하여, 상호 연결 관계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일


▶ 퍼머컬처의 원칙


A. 생태디자인의 핵심 원칙

1. 관찰한다. 시간만 낭비하면서 사려 없이 행동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세심하게 관찰한다. 사계절에 걸쳐 하나의 장소와 그 장소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관찰한다. 특정한 장소, 고객, 문화를 고려하여 디자인한다.

2. 연결한다. 요소들 간의 상대적인 위치를 이용한다. 즉, 모든 디자인 요소가 유용하고 시간이 절약되는 방식으로 연결되도록 배치한다. 요소가 몇 개 있느냐가 아니라, 요소들 간의 연결이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 건강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3. 에너지와 물질을 붙잡아 저장한다. 유용한 흐름을 확인하고, 모으고, 유지한다. 모든 순환은 산출의 기회다. 경사, 하중, 온도 등의 변화는 모두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자원을 재투자하면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4. 각각의 요소는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디자인의 요소를 선택하고 배치할 때, 각 요소가 가능한 한 많은 기능을 수행하게끔 신경을 쓴다. 다양한 구성 요소를 유익하게 연결하면 전체가 안정적으로 형성된다. 공간과 시간이라는 관점 둘 다에 유의하여 여러 요소를 적층한다.

5. 각각의 기능은 복수의 요소에 의해 유지된다. 중요한 기능은 다중적인 방법을 통해 수행하여 상승 효과가 일어나게 한다. 다중화는 몇 가지 요소가 실패하더라도 전체가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6. 최소한의 변화로 최대한의 효과를 꾀한다. 작업하고 있는 시스템을 충분히 파악하여 그것의 '지렛점(leverage point)'을 찾은 다음, 바로 그 지점에 개입한다. 최소한의 작업으로 가장 큰 변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7. 소규모의 집약적인 시스템을 이용한다.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시스템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성공하면, 그 위에 또 쌓아나간다. '뭉텅이'로 넓혀나가는 것이다. 효과적인 작은 시스템이나 배치 방식을 발전시키고, 변화를 주면서 반복한다.

8. 가장자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두 환경이 서로 만나는 부분인 가장자리는 시스템에서 가장 다채로운 장소다. 가장자리를 적절하게 증감시킨다.

9. 천이와 협력한다. 살아 있는 시스템은 대개 미성숙한 생태계에서 성숙한 상태로 진전한다. 이런 추세에 대적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여서 디자인을 거기에 맞추면, 일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성숙한 생태계는 미숙한 상태보다 더 다양하고 생산적이다.

10. 재생 가능한 생물자원을 이용한다. 재생 가능한 자원은 대부분 생물이거나 그 생산물이다. 재생 가능한 자원은 번식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늘어난다. 또 에너지를 저장하고, 수확량을 늘리고, 다른 요소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재생 불가능한 자원보다 이런 자원을 선택하도록 하자.


B. 행동양식의 원칙

11. 문제를 해결책으로 전환한다. 제약이 되는 요인이 오히려 창의적인 디자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의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감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주체 못할 정도로 많은 기회에 직면해 있다"는 말처럼.

12. 소득을 올린다. 투입한 노력에서 즉각적인 수익과 장기적인 보상을 모두 얻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배고프면 일할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긍정적인 피드백 고리를 만들어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투자에 대한 보답을 받자.

13. 풍요로움에 있어서 가장 큰 제약은 창조력이다.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기술의 한계가 생산성과 다양성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14. 실수는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당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검토하라. 실수는 일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시행착오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면 실수로 인한 불이익은 사라진다.


자연과 '함께' 일하는 정원


생태정원은 사람이라는 생물을 환경과 연결시키고, 자체의 여러 부분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건강한 생태계를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이 작동하는 방식처럼 서로 연결된 요소 하나하나는 각기 여러 가지 다른 역할을 수행하도록 디자인하면, 일을 자연에 맡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제와 맞닥뜨리는 일도 줄어든다. 


정원을 가꾸려면 왜 그렇게 일을 많이 해야 할까?


생태정원은 관행적인 조경디자인과 농업이 파괴한 자연의 순환을 복원하는데 목표를 둔다. 관행 조경과 농업을 위한 기술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채 특정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자연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여 자연의 그물을 이루면 자연이 일하는 방식대로 균형 잡힌 경관의 정원을 만들 수 있다.


자연정원을 넘어서


사람의 거주를 목적으로 개발된 땅은 미국 기준 전 국토의 6%에 불과하고 40~70%는 도시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훼손되고 있다. 자연정원natural garden은 토착식물의 서식지를 만들고 보존하려는 데 의의를 두지만, 마당과 도시공원을 토착식물로 모두 채운다해도 토착종과 서식지가 사라져가는 형상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설령 그렇게 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야생의 상태가 될 수는 없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당의 생산물로 자급하는 생태정원을 디자인하여 단일 경작, 공장식 농장과 산업비림 등을 줄이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토착종 대 외래종


개발로 파괴되고 척박해진 장소에는 교란된 장소를 갈망하고 가장자리를 좋아하는 기회주의적 식물이 들어온다. 외래종이 토종을 대체하는 칡 현상kudzu phenomenon이 발생하면 인간은 제초제를 뿌리는 등의 개입을 하지만, 토지를 이용하는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 없이 외래종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일은 부질 없다. 개간해 빈 땅에는 햇볕을 좋아하고 빠르게 자라는 선구식물들이 자리잡기 마련이며, 이들을 뽑는 것보다 생태계를 성숙한 단계로 진척하는 용도로 활용하거나 그들이 자리잡기 전 그에 적합한 식물을 심는 편이 낫다.


종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기회주의적 식물을 일부러 도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나, 이들을 나쁜 것으로 낙인찍거나 퍼지게 조장하는 일은 자연의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한 끼 식단을 자기 고장에서 나는 토착식물만으로 채울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토착종과 외래종의 비율을 균형있게 심어야 하며, 생태정원에는 토착식물뿐만 아니라 식용작물, 약초, 곤충과 새를 유인하는 식물 등등을 심어 '합성' 식물군집plant community인 길드guild를 조성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막이 꽃을 피우다


뉴멕시코 주 산타페 북부의 고지대 사막에, 조각가 록산 스웬첼은 꽃피는 나무 퍼머컬처 연구소Flowering Tree Permaculture Institute라고 부르는 오아시스를 만들었다. 1986년 헐벗고 흙먼지 가득한 고향 산타클라라에서 조엘 그랜즈버그의 도움을 받아 사막에 적합한 원예기술을 적용했다. 보통의 마당 역시 생태적으로나 농업에 있어서 사막이다. 생태정원은 우리의 마당이 자연과 깊이 연결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야기할거리]


이 책의 부제는 '텃밭에서 뒷산까지, 퍼머컬처 생태디자인'이다. 조금 더 읽어본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1부 1장만으로는 '퍼머컬처'와 '생태디자인'이 이 두 단어가 어떻게 다른지 적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굳이 두 단어를 생태정원을 소개하는데 전제로 하는 두 개념으로 분리해 사용했는지 여전히 헷갈린다.


자연의 한 요소인 사람을 위한 생태정원


퍼머컬처의 관점을 생각할 때 상반된 두 가지 입장이 있는 듯하다. 자연농에 가까운 위치에 서있는 이들에게는 퍼머컬처인의 태도가 인위적으로 자연을 계획하려 하고 효율을 중시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불편함을 느낄 것이고, 관행농에 가까운 위치에 서있는 이들에게는 퍼머컬처가 과거회귀로의 태도나 전문화 또는 분업화되어 있는 현실에 역행하는 자연이라면 무엇이든 옳다는 무비판적인 찬양 조로 보일 수 있다. 저자가 생태정원에서 '사람'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답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자연스러운 경관 속에서 '사람'은 대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24쪽

'야생동물정원'은 어수선해 보이기 일쑤며 야생동물에게 좋은 일을 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면 모를까, 사람에게 주는 것은 거의 없다. - 25쪽

퍼머컬처는 자연을 모델로 삼으면서 인간 또한 포함된 경관을 디자인하려는 수단으로 시작했다. - 27쪽

퍼머컬처의 목표는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인간 공동체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 28쪽


퍼머컬처는 분명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한편 사람이 자연 생태계의 일부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자연의 상호작용을 충분히 이해하라 조언하며, 그것이 사람의 일과 짐을 덜 수 있는 동시에 땅이 더 건강해지며 사람 외의 존재에게도 서식지를 제공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구 안 모든 생물들이 서로 상호협력하는 관계를 맺기 위해, 인간이 인간으로서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방법은 자연의 순리를 따를 수 있도록 사람이 도울 수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퍼머컬처가 아닌가 싶다.


생태정원과 같은 사회를 꿈꾸며


"이곳에 있는 동안 깨닫게 된 사실이 있어. 네 종족을 분류하다가 영감을 얻었지. 너희는 포유류가 아니었어.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들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데 인간들은 안 그래. 한 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모든 자연 자원을 소모해버리지. 너희의 유일한 생존 방식은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거지. 이 지구에는 똑같은 방식을 따르는 유기체가 또 하나 있어. 그게 뭔지 아나? 바이러스야. 인간들이란 존재는 질병이야. 지구의 암이지."

 - 영화 매트릭스 스미스 요원의 대사 중


생태정원을 주장하며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는 실상 인간들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외래종을 이민자에 대입하면 이해하기 쉽다. 순혈주의를 강조하며 이주민을 적대시하기도 하고, 저출생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이주민을 유치하기도 한다.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정보의 흐름이 빨라진 현대사회에 더 많은 이주를 막을 방법은 없다. 정착민은 외부로 이주하는 이유도 이방인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까닭도 우리 사회의 현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단순히 이주 현상과 문제점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표피적인 접근이다. 어쩌면 지금 여기서 생태정원을 말하는 「가이아의 정원」을 읽는 까닭은, 우리 사회가 생태정원과 같은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앓음다운
,